2018년 1월부터 시행된 안전성 평가 제도(화학물질안전원고시 제2018-7호, 안전성 평가의 기준 및 절차 등에 관한 고시)는 쉽게 말해 기존시설에 대한 일종의 특례기준이라고 볼 수 있다. 화관법 시설기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현재의 화관법 시설기준 적용 시의 안전성과 비교하였을 때 동등 이상의 안전성을 확보한 시설은 이를 인정해주는 제도이다. 다만 안전성 평가 제도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다음의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여야 한다.
첫째, 화관법이 시행되기 전인 2014년 12월 31일 이전에 착공한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일 것. 둘째, 현 화관법 시설기준을 따르기엔 사업장의 물리적 공간이 부족하여 대규모 이설이 불가피하거나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취급시설일 것.
본인이 관리·운영하는 사업장이 위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한다면 시설을 개선하는 것보다 안전성 평가 제도를 적극 활용해보는 것이 비용절감 및 안전성 확보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으니,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해보기를 추천한다. 참고로, 안전성 평가의 심사 결과 조건부 승인을 받은 취급시설이 대체방안에 관한 시설개선이 완료되기 전에 유예기간(2019년 12월 31일)이 도래한 경우 당해 정기검사는 차기 정기검사로 유예된다.
또한 화관법 제정 이후 꾸준히 제기 되어온 문제점이 있다. 바로 기존의 화관법 검사제도는 취급량에 관계없이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모든 시설에 동일한 잣대를 적용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유해화학물질을 연간 100kg 미만으로 취급하는 소규모 사업장일지라도 연간 100톤을 취급하는 대규모 사업장과 동일한 수준의 시설 및 성능을 갖추어야 했다.
일반적으로 영세 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취급량이 현저히 적어 주변의 사람이나 환경에 끼치는 영향이 미미하며 시설 투자를 위한 비용 및 인력 확보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을 고려해보면, 그동안의 화관법 검사제도는 영세사업장에 더 큰 부담을 안겨주는 아이러니한 구조였던 것이다.
◆소규모 영세사업장 부담 최소화한 제도 마련
이러한 불합리성을 해소하기 위하여 환경부는 지난 7월부터 유해화학물질 소량취급시설에 관한 별도의 기준을 고시로 제정(화학물질안전원고시 제2018-4호, 유해화학물질 소량 취급시설에 관한 고시)하여 시행 중이다. 이에 따라 유해화학물질을 소량으로 취급하여 사업장 내·외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사업장은 현 화관법 시행규칙 별표5에 따른 400여개의 시설기준 대신 시설의 안전확보를 위하여 필요한 필수 시설기준 40여개를 준수하면 화관법에 적합한 것으로 하는 합리적 제도를 마련하였다. 시설개선을 위한 비용과 전문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소규모 영세사업장에게는 반가운 제도가 아닐 수 없다.
화관법은 화학물질로 인한 국민건강 및 환경상의 위해를 예방하고, 화학 사고에 신속히 대응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재산 또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하여 제정된 법이다. 이를 위하여 화관법에는 기존의 유해법보다 상당부분 강화된 시설기준이 적용되었고, 부적합 우려 시 시설개선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산업계 입장에서는 그 어느 법보다도 강력한 규제로 느껴질 것이다. 특히 기존시설에 대한 유예기간의 종료일이 도래하는 올해는 정부와 산업계 모두에게, 그 어느 해보다 치열한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화관법은 산업계의 목소리를 제도에 반영함으로써 모두가 함께 앞으로 나아가고자 천천히, 또 빠르게 발전해가고 있는 법이기도 하다. 화관법 제정 직후인 지난 2015년에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소기업 614개를 대상으로 실시하였던 ‘화평법·화관법 중소기업 이행 실태조사’에 따르면, 화관법에 따른 시설기준을 이행함에 있어 가장 어려운 요소로서 ‘현실적으로 이행 불가능한 기준 적용’(50%)을 꼽았다. 또 중소기업에서 가장 원하는 화관법 이행 관련 정책으로서 ‘취급량에 따른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기준의 차등화’(50.6%)를 꼽은 바 있다.
앞서 소개한 안전성 평가 고시와 소량취급시설 고시의 제정 및 시행이 이러한 갈증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는 지난 불산 누출 사고를 기억하고 있다. 다시는 이러한 안타까운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에서는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의 안전성 확보와 화관법의 실효성 제고를 위하여 노력하고, 산업계에서는 안전성 확보를 위한 화관법의 적용방안을 다양한 관점에서 검토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화관법 본격 시행에 앞서 마지막 유예기간인 2019년은 국민건강과 환경상의 위해를 예방하고 화학 사고로 인한 인적·물적·환경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부와 산업계가 함께 노력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래본다.
출처 :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 이투뉴스(http://www.e2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