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화학물질 취급 모든 사업장에 적용…파급력 막대
기존 법규보다 기준 강화…다양한 관점에서 대응 필요

김수정 미래에너지기준연구소 선임연구원

 

 

[이투뉴스] ‘유해화학물질 관리법’에 따라 운영해온 사업장에 대한 ‘화학물질관리법(이하 ‘화관법’이라 한다)‘의 유예기간 종료일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이에 따라 화관법의 본격 시행을 앞둔 정부와 이에 대응해야 하는 업계의 움직임이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김수정 미래에너지기준연구소 선임연구원

화관법은 지난 2012년 23명의 사상자와 500억여 원의 재산 피해를 냈던 경북 구미 불산사고를 계기로 기존의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이하 ‘유해법’이라 한다)을 전면 개정하여 2015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법으로서,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 다만 기존의 유해법에 따라 유독물영업의 등록을 하거나 취급제한·금지물질영업의 허가를 받은 자로서 화관법 별표5 규정에 따른 배치·설치 및 관리기준에 미달하는 자는 올해 12월 31일까지 시설을 개선할 수 있도록 그 적용을 유예해줬다.

이것이 지금, 정부와 업계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이유다. 1년 남짓의 기간 동안 대대적 시설 개선이 예고된 셈이기 때문이다. 본고에서는 유해화학물질 영업허가를 받기 위하여 필요한 절차와 최근 제정된 관련 제도를 소개한다.

유해화학물질 영업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사전에 세 가지 서류를 준비하여 환경부에 제출하여야 한다. 바로 화학물질안전원에게 적합통보를 받은 장외영향평가서와 위해관리계획서, 그리고 한국환경공단 등의 검사기관에게 적합 판정을 받은 검사결과서이다.

장외영향평가서는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의 설치·운영으로 사람의 건강이나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와, 화학사고 발생으로 유해화학물질이 사업장 주변으로 누출된 경우 사람의 건강이나 주변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여 안전성 확보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제도이다. 장외영향평가서는 환경부 화학물질안전원에서 심사하고 있으며, 취급량이 적어 주변의 사람이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소량 취급시설에는 일반 장외영향평가서보다 간소한 간이 장외영향평가서를 제출할 수 있다.

위해관리계획서는 급성독성, 폭발성 등이 강하여 화학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거나 화학사고 발생 시 그 피해규모가 큰 사고대비물질을 일정 수량 이상 취급하는 경우 제출하는 계획서로서, 화학사고 발생 시 유출·누출 시나리오 및 응급조치, 인근 주민 소산방법, 복구 조치 등을 사전에 계획함으로써 화학 사고에 신속하고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제도이다.

위해관리계획서 역시 화학물질안전원에서 심사하며, 장외영향평가 제도와는 달리 취급량에 따른 차등 적용은 없다. 참고로, 사고대비물질은 제정 당시 69종이었지만, 지난 2017년 28종이 추가되어 현재는 화학물질 중 97종이 사고대비물질로 지정되어 관리 중이다.

검사결과서는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이 화관법에 적법하게 설치·운영 및 관리되고 있는지를 검사기관에게 검사를 받음으로써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이다.

◆환경공단, 가스안전공사, 안전보건공단이 검사 수행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을 설치하려는 자는 그 시설을 가동하기 전에 검사기관에게 설치검사를 받아야 하고, 이후 매 1년마다(영업허가 대상이 아닌 경우에는 매 2년마다) 검사기관에게 정기검사를 받아야 한다. 현재 화관법에 따른 검사 수행기관으로는 한국환경공단, 한국가스안전공사 및 안전보건공단이 있다.

검사 제도는 장외영향평가 제도 및 위해관리계획 제도와 달리 부적합 시 시설 개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업계에 미치는 파급력과 부담감이 매우 크다. 특히 화관법 제정 이전에 유해화학물질 관리법에 따라 설치·운영 중이었던 기존시설(2014년 12월 31일 이전 착공 시설) 사업장은 사실상 시설 개선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에 막대한 개선·보수 비용지출이 예상된다. 더욱이 기존시설은 이미 설치되어 가동 중이기에 검사 또는 시설 개선ㆍ보수 작업을 이행하는 동안 발생하는 기회비용이 더해져 큰 부담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도 이러한 애로사항에 대하여 충분히 공감하며, 화관법의 실효성을 높이고 현 제도를 보다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하여 지난 3년간 분주히 움직여왔다. 그 대표적인 예가 안전성 평가에 관한 고시 유해화학물질 소량취급시설에 관한 고시의 제정이다.

 

2018년 1월부터 시행된 안전성 평가 제도(화학물질안전원고시 제2018-7호, 안전성 평가의 기준 및 절차 등에 관한 고시)는 쉽게 말해 기존시설에 대한 일종의 특례기준이라고 볼 수 있다. 화관법 시설기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현재의 화관법 시설기준 적용 시의 안전성과 비교하였을 때 동등 이상의 안전성을 확보한 시설은 이를 인정해주는 제도이다. 다만 안전성 평가 제도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다음의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여야 한다.

첫째, 화관법이 시행되기 전인 2014년 12월 31일 이전에 착공한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일 것. 둘째, 현 화관법 시설기준을 따르기엔 사업장의 물리적 공간이 부족하여 대규모 이설이 불가피하거나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취급시설일 것.

본인이 관리·운영하는 사업장이 위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한다면 시설을 개선하는 것보다 안전성 평가 제도를 적극 활용해보는 것이 비용절감 및 안전성 확보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으니,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해보기를 추천한다. 참고로, 안전성 평가의 심사 결과 조건부 승인을 받은 취급시설이 대체방안에 관한 시설개선이 완료되기 전에 유예기간(2019년 12월 31일)이 도래한 경우 당해 정기검사는 차기 정기검사로 유예된다.

또한 화관법 제정 이후 꾸준히 제기 되어온 문제점이 있다. 바로 기존의 화관법 검사제도는 취급량에 관계없이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모든 시설에 동일한 잣대를 적용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유해화학물질을 연간 100kg 미만으로 취급하는 소규모 사업장일지라도 연간 100톤을 취급하는 대규모 사업장과 동일한 수준의 시설 및 성능을 갖추어야 했다.

일반적으로 영세 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취급량이 현저히 적어 주변의 사람이나 환경에 끼치는 영향이 미미하며 시설 투자를 위한 비용 및 인력 확보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을 고려해보면, 그동안의 화관법 검사제도는 영세사업장에 더 큰 부담을 안겨주는 아이러니한 구조였던 것이다.

◆소규모 영세사업장 부담 최소화한 제도 마련

이러한 불합리성을 해소하기 위하여 환경부는 지난 7월부터 유해화학물질 소량취급시설에 관한 별도의 기준을 고시로 제정(화학물질안전원고시 제2018-4호, 유해화학물질 소량 취급시설에 관한 고시)하여 시행 중이다. 이에 따라 유해화학물질을 소량으로 취급하여 사업장 내·외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사업장은 현 화관법 시행규칙 별표5에 따른 400여개의 시설기준 대신 시설의 안전확보를 위하여 필요한 필수 시설기준 40여개를 준수하면 화관법에 적합한 것으로 하는 합리적 제도를 마련하였다. 시설개선을 위한 비용과 전문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소규모 영세사업장에게는 반가운 제도가 아닐 수 없다.

화관법은 화학물질로 인한 국민건강 및 환경상의 위해를 예방하고, 화학 사고에 신속히 대응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재산 또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하여 제정된 법이다. 이를 위하여 화관법에는 기존의 유해법보다 상당부분 강화된 시설기준이 적용되었고, 부적합 우려 시 시설개선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산업계 입장에서는 그 어느 법보다도 강력한 규제로 느껴질 것이다. 특히 기존시설에 대한 유예기간의 종료일이 도래하는 올해는 정부와 산업계 모두에게, 그 어느 해보다 치열한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화관법은 산업계의 목소리를 제도에 반영함으로써 모두가 함께 앞으로 나아가고자 천천히, 또 빠르게 발전해가고 있는 법이기도 하다. 화관법 제정 직후인 지난 2015년에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소기업 614개를 대상으로 실시하였던 ‘화평법·화관법 중소기업 이행 실태조사’에 따르면, 화관법에 따른 시설기준을 이행함에 있어 가장 어려운 요소로서 ‘현실적으로 이행 불가능한 기준 적용’(50%)을 꼽았다. 또 중소기업에서 가장 원하는 화관법 이행 관련 정책으로서 ‘취급량에 따른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기준의 차등화’(50.6%)를 꼽은 바 있다.

앞서 소개한 안전성 평가 고시와 소량취급시설 고시의 제정 및 시행이 이러한 갈증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는 지난 불산 누출 사고를 기억하고 있다. 다시는 이러한 안타까운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에서는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의 안전성 확보와 화관법의 실효성 제고를 위하여 노력하고, 산업계에서는 안전성 확보를 위한 화관법의 적용방안을 다양한 관점에서 검토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화관법 본격 시행에 앞서 마지막 유예기간인 2019년은 국민건강과 환경상의 위해를 예방하고 화학 사고로 인한 인적·물적·환경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부와 산업계가 함께 노력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래본다.

출처 :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 이투뉴스(http://www.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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