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채충근 미래에너지기준연구소 소장 |
[에너지신문] ‘수소’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발전용, 수송용, 가정용, 휴대용 등으로 그 용도도 광범위한 연료전지 때문이다. 하지만 ‘수소는 위험한 가스’라고 우리는 알고 있다. 그렇다면 수소는 얼마나 위험한 가스일까?
메탄을 주성분으로 하는 CNG와 프로판을 주성분으로 하는 LPG와 비교해 수소의 위험성을 가늠해보자.
수소, 메탄 및 프로판의 물성을 차례로 비교해보면, 최소점화에너지(mJ)는 0.019, 0.28, 0.26, 폭발범위(%)는 4~75, 5~15, 2.1~9.5, 화염전파속도(m/s)는 28.0, 6.5, 4.0이다. 최소점화에너지는 낮을수록, 폭발범위는 넓을수록, 화염전파속도는 빠를수록 위험성이 높아진다.
무엇보다 피부로 느끼는 위험성은 취급압력인데, 이들 가스의 취급압력(기압)은 어림잡아 700, 200, 5이다. 수소가 월등히 높아 도시가스나 LPG에 비 확실히 더 위험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수소, 메탄 및 프로판의 가스밀도(공기=1)는 각각 0.07, 0.42, 1.55이다. 수소가 다른 가스에 비해 많이 가볍다. 이는 가스가 누출돼도 체류가능성이 낮고, 동시에 폭발할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다. ‘수소는 안전한 가스’라고 강변하는 사람들은 수소의 이 특성을 들먹인다.
실내 폭발 시 파괴력은 압력상승에 의해 좌우된다. 밀폐 공간에서의 폭발 시 일어나는 압력상승은 수소가 메탄이나 프로판의 수십 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실외 폭발 시 파괴력은 폭풍의 피크압력 즉 충격파에 의해 좌우된다. 충격파에 의해 유리창이 깨어지고 사람이 다치게 되기 때문이다.
수소, 메탄 및 프로판의 폭발 시 충격파의 압력(bar)은 각각 15.8, 17.4 및 18.6이다. 실내에서는 수소가, 실외에서는 수소가 덜 위험하다는 의미다.
이들 물성들을 종합해서 생각해보면 “LPG나 CNG에 비해 수소가 더 위험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전문가들도 수소가 다른 연료용 가스에 비해 위험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여기저기에서 수소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로 추측된다.
수소 안전규제에 관한 대표적인 법령은 ‘고압가스 안전관리법’이다. 가스 압력이 10기압 이상인 경우만 이 법의 규제대상에 해당하고, 압력이 그보다 낮으면 취급 양이나 용도에 관계없이 이 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수소에도 마찬가지이다. 이러다 보니 어떤 산업현장에서는 이 법의 규제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의도적으로 압력을 10기압 미만으로 낮춰 취급하기도 한다. 수소 안전망을 의심받게 하는 대목이다.
고소작업 중에 추락한 작업자를 아래쪽에서 받아내기 위한 그물을 ‘안전망’이라 한다. 안전망은 마지막 안전장치인 셈이다.
폭발위험성이 다른 어떤 에너지보다 높은 수소를 우리 가까이에 두고 사용해야 하는 지금, 우리는 이중삼중으로 수소 안전망을 강구하고 있다. 연구도 충분하지 않고 경험도 일천하다. 주먹구구식 과잉 안전망을 우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직 장관님 중 한 분이 자주 사용하는 표현 중에 ‘모가지 규제’라는 말이 있다. 이중삼중의 과잉규제의 해소를 강조하는 말이다. 거친 느낌이 묻어 있지만 필자는 이 말을 참 좋아한다.
FTA(fault tree analysis)라는 안전성평가 기법이 있다. 어떤 원인은 한번만 발생해도 바로 사고로 이어지고, 어떤 원인은 여러 개가 중복 발생해야 사고로 이어진다는 것을 밝혀낼 수 있는 것이 기법이다.
전자에는 반드시 확실한 안전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 실효성과 경제성을 고려해 여러 원인 중 쉽고 확실하게 막을 수 있는 원인을 집중 공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모가지 규제’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바야흐로 수소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2010년 8월 우리는 서울의 한복판 왕십리에서 미사일처럼 날아가는 CNG버스 사고의 영상을 수없이 반복해서 보아왔다. 그것은 CNG버스 보급률 세계 1위 국가가 겪은 뼈아픈 경험이었다.
전철을 밟지 말라고 계시를 주는 것이 사고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수소 안전망을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모가지규제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CNG버스의 성공사례는 계승하고 실패의 시행착오는 예방해야 하기 때문이다. |